영업권 다툼 등 부작용 우려
출혈경쟁 없는 응급진료 시험대
주말과 휴일에 돌아가며 동물병원을 오픈하는 휴무 당직제가 충남 공주에서 처음으로 시행된다. 충남 공주시는 “지역 8개 동물병원과 협의를 통해 순번을 정해 24시간 대기하는 당직 시스템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충남 공주에서 처음 시행되는 ‘주말 휴일 당직 동물병원제’는 병원을 오픈하지 않아 불편을 겪는 응급환자를 위한 것으로, 이미 약국에서는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동물병원에 당직 시스템이 시행된다는 것은 동물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이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공주는 가축 농가가 많아 사육 농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가축 농가 사정 달라
그러나 24시간 운영이나 응급 야간진료를 하고 있는 동물병원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당직 시스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의 A수의사는 “가축 농가들은 수의사들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어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가 수월하다”며 “자신의 농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수의사에게 연락을 하지, 잘 모르는 당직의에게 연락을 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응급 상황에 연락을 할 수 있는 수의사나 약사를 찾기 어려운 응급 환자에게 당직 수의사와 당직 약사가 필요하지만 가축 농가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는 것.
농가마다 지정 수의사가 가축을 돌보고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A수의사는 또 “서울이나 도심 위주이긴 하지만 24시간으로 운영하거나 야간진료를 하는 동물병원들이 많아지고 있고, 동물병원들 간에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휴일에 순번을 정해 동물병원을 오픈하라고 하는 것에 동의할 병원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약국 부작용 겪고 있어
최근 서울과 수도권 및 대도시에 오픈하는 동물병원들은 24시간 진료를 표방하고 있을 정도로 야간 진료를 시행하는 동물병원이 증가하는 추세다.
꼭 휴일이나 야간에 진료를 하지 않더라도 응급 상황에 대비해 병원 홈페이지나 병원 문 앞에 연락처를 남겨 놓고 대처하고 있다.
오랫동안 당직 시스템을 운영해 오고 있는 약사회에서도 최근에는 부작용이 늘어나면서 갈등을 겪고 있다.
휴일 오픈에도 적자가 누적되자 휴일 당번을 지키지 않는 약국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처방전 발급이 없는 휴일에는 상비약 판매가 대부분이지만, 편의점이 상비약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휴일 약국의 매출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당직 약국에 대한 불만이 늘어나자 약사회 내에서도 당번 약국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의과는 권역별로 응급센터가 갖춰져 있다. 휴일에도 응급 환자 치료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 수가인상 등 정부지원 필요
반면 동물병원 최초로 당직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는 충남 공주는 아직까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 없는 상황이다.
응급 환자가 많으면 당직 시스템이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치료할 응급 동물이 거의 없다면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충남 공주는 서울이나 수도권과 달리 휴일에 문을 여는 동물병원이 거의 없는 지역이다. 가축 진료를 보는 수의사는 있지만, 24시간 문을 여는 반려동물병원은 없는 실정이다.
지역별로 휴일에 순번을 정해 동물을 치료한다면 권역별로 응급 동물 시스템을 갖출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의 병원도 야간 당직의를 구하지 못해 24시간 진료를 하지 못하고 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처음으로 시행되는 충남 공주의 동물병원 당직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도인 만큼 불필요한 출혈경쟁 없이 제대로 된 응급·중환자 진료가 가능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