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수의사를 지도하는 수의사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상황이 있다. 기본적인 술기 앞에서 멈춰 서는 순간이다. 해부 구조를 설명하면 고개를 끄덕이지만 실제 조직을 마주하면 손이 굳는다.
“머리로는 아는데, 손이 안 따라온다”는 말은 더 이상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학교에서 교과서와 강의로 충분히 학습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임상 술기를 처음 접하는 때가 졸업 이후라는 점에서 현장의 체감은 크다. 이는 개인의 성실함이나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과정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구조적 한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카데바 실습, 왜 늘 부족한가
카데바 실습이 임상 교육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필요하다’는 인식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는가’ 사이의 간극이다.
국내 수의대에서 카데바를 활용한 실습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윤리적·행정적 절차, 확보 비용, 실습 공간과 장비, 지도 인력까지 다층적인 조건이 필요하다.
제한된 학기와 촘촘한 교과 과정 속에서 충분한 실습 시간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카데바 실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학교 간 실습 경험의 편차 역시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론 중심 교육이 남긴 간극
임상에 필요한 해부 지식은 단순한 암기가 아니다. 조직의 깊이, 층위, 방향성, 기구가 닿을 때의 저항감은 실제 경험을 통해서만 체득된다.
영상과 이미지로 이해한 해부 구조는 실제 수술 상황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특히 외과, 신경외과, 안과처럼 미세한 술기가 요구되는 분야일수록 이 차이는 더욱 크다. 이론 교육이 충분하더라도 반복 실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임상 술기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점을 현장은 이미 체감하고 있다.
교육 부담 현장으로 넘어오는 구조
이론과 실습 사이의 간극은 결국 개원가에서 보완된다. 신입 수의사를 위한 병원 내 교육과 트레이닝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문제는 그 비용과 시간이 모두 병원의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점이다. 진료 일정 속에서 교육을 병행해야 하고, 술기 미숙으로 인한 리스크 관리까지 고려해야 한다. 한 동물병원 원장은 “병원이 진료 공간이 아니라 교육 현장이 된 느낌”이라고 했다. 개원가가 감당하고 있는 이 추가적인 부담은 개별 병원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해외 카데바 Wet Lab 교육 찾는 이유
이러한 현실 속에서 많은 수의사들이 졸업 후 다시 교육을 선택하고 있다. 특히 카데바를 활용한 해외 Wet Lab 코스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 조직을 대상으로 한 반복 실습, 소규모 환경에서의 집중적인 지도, 즉각적인 피드백은 이론 교육으로 채울 수 없는 영역을 보완하고 있다. 임상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감각을 익히기 위해서 수의사들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다시 배움의 현장으로 향하는 이유이다.
졸업 후 교육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인 대응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