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예술, 흩어진 문학, 남겨진 사유
철학자이자 미학자이면서 연주와 작곡도 하는 음악가인 최정우는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학 대학교수로 근무하면서도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예술가이다.
비평가와 번역가라는 타이틀 또한 본캐와 부캐가 무엇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모든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서인데 대부분 그의 글에 반응하는 일방적인 관계에 가깝긴 했지만 막상 서울에서 세계-사이 북콘서트를 할 때 처음으로 직접 만났을 때는 그가 나의 존재에 대해 기억을 하고 책에 사인을 해주어 무척 놀랐던 기억도 있다.
최근에는 필자가 소셜미디어 활동을 예전만큼 활발하게 하고 있지 않아서 이따금 확인만 할 뿐이지만 여전히 최정우 선생은 한결같이 위의 모든 활동을 변함없이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재작년 하반기에 출간한 에세이 ‘세계-사이’는 다방면에서 인생의 이력을 보여주고 있는 선생의 예술혼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부재가 ‘찢어진 예술, 흩어진 문학, 남겨진 사유’ 인데 그의 음악, 문학, 철학 및 미학에 대한 생각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가 공부하고 접했던 다양한 인물들에 대해 그들과 소통하듯 하나씩 써내려간 글에서 유럽에 거주하는, 조금은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는 우리 사회에 대한 냉철한 시각 또한 엿볼 수 있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가 구축한 세계는 사이로 존재한다. 그 사이라는 것은 허구와 실제일 수도 있고 한국과 프랑스일 수도, 삶과 죽음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제목 ‘세계-사이’ 거주자이자 이방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음악과 글 등 다양한 예술적 퍼포먼스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는 선생의 사상을 한 단어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스스로 한발 물러선 외부자가 되지 않아 ‘사이’의 감각을 잃어버리면 ‘이질성의 냄새를 잃어버리는 것’이고, ‘안전은 죽음’이라는 각성으로 끊임없이 세계-사이로 되돌아가고자 한다고 이야기한다.
김규향 작가는 이 책을 소개하면서 “말들이 무너져 지탱할 수 없게 된 세계의 사이에 ‘오직 예정된 실패를 더 잘 실패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작업’으로 글쓰기를 지칭한 최정우에게서 짙은 우울과 허무를 느낀다면, 당신은 전형성과 상투성을 벗어난 한 급진적 사유가 근면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오랜 기간 한국과 타지를 오가며 끊임없이 나와 주변을 한발 물러서 보려고 했던, 그러나 여기서 생기는 양쪽 모두에서 느끼는 보이지 않는 불편함과 부적응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잘 몰랐던 필자의 경험 또한 그의 글을 통해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팬데믹과 전쟁, 내란에 이어 인공지능과 관세까지 일상의 가치에 끊임없는 혼란이 이어지는 엄한 시기에는 무엇보다 모든 것을 한발 물러서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최정우 선생은 자신의 이러한 각성의 몸부림을 예술가 다운 글로, 그러나 가볍지 않게 표현하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알고리즘에 사로잡혀 살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면 그의 여정에 동행해 보길 권한다.

